석굴암의 비밀 (원형 복원, 일제 보수, 채광 구조)
1909년 한 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석굴암에 대한 30년 넘게 풀리지 않던 논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일본의 고서점에서 발견된 이 사진은 석굴암 전실의 원형이 현재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신라인들이 남긴 이 위대한 석굴 사원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를 거치며 두 차례의 대규모 보수를 겪은 석굴암의 진짜 원형을 추적해 봅니다.

석굴암 원형 복원: 100년 전 사진이 밝힌 진실
이종학 사운 연구소장이 최근 일본의 한 고서점 경매를 통해 입수한 명치 40년, 즉 1910년에 발행된 '조선미술대관'이라는 책에는 석굴암 사진 두 장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직전에 발행된 최초의 조선미술사 연구서로, 석굴암이 1909년 손에 통감 일행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석굴암이 발견된 직후의 모습을 담은 최초의 기록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문제의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석굴암과 확연히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전실에 해당하는 입구 부분의 돌판 개수가 다릅니다. 사진 속에서는 돌판이 세 개가 이어져 있고 네 번째 돌판은 꺾여 있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현재 석굴암 전실에는 돌판 네 개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습니다. 이화여대 윤재심 교수의 도움을 받아 이 사진을 3차원 컴퓨터 모델링으로 복원한 결과, 원형 석굴암의 전실은 현재와 분명히 다른 구조였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근거리 사진 측량 기법을 활용하여 사진 속 석굴암의 정확한 치수를 측정했습니다. 돌판 하나의 폭이 상당척, 즉 약 2미터 70센티미터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비례 관계에 따라 측정하면 전실 벽면의 폭은 11.8당 척, 약 10미터 정도입니다. 돌판 하나의 폭이 사당척이므로 전실 벽면에는 돌판이 세 개까지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벽면과 세 번째 벽면을 붙일 때 서로 잘 들어맞도록 돌을 갈아낸 흔적도 현재 석굴암에서 확인됩니다.
이는 1960년대 보수작업 때 굴절되어 있던 벽면을 펴면서 생긴 결과입니다. 불국사 고적지에는 석굴암을 지을 때 흙과 나무는 사용하지 않고 돌로만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8세기 경주의 모습이 담긴 경주읍지도에도 석굴암에는 분명 목조건물이 없었습니다. 사진 속 석굴암은 열린 구조였으며 전실은 꺾여 있었던 것입니다.
일제 보수 공사의 문제점: 콘크리트가 만든 재앙
1913년 일제가 시작한 대대적인 보수공사 과정은 세 권의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일제가 부딪혔던 가장 큰 문제는 석굴 주위를 싸고 있던 엄청난 양의 돌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석굴 주위는 자연석과 다듬은 돌이 이중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지붕돌을 해체하는 데만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될 만큼 일제는 그 돌들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수리의 기본 방침은 돌들을 제거한 자리에 1미터 두께의 콘크리트를 쳐서 석굴 전체를 뒤집어 씌운다는 것이었습니다. 3년에 걸친 수리 공사 끝에 석굴암은 기차 터널과 같은 모양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본존불과 지붕을 덮은 돌은 지지대로 받치고 나머지 돌들은 남김없이 밖으로 반출되었습니다. 석굴암 주위를 둘러쌓았던 돌의 양은 상당히 많았으며, 돌의 크기도 일정했습니다. 당시 신공법에 대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일제는 이런 돌들을 주저 없이 제거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준공 2년 만에 벽면과 천장은 곰팡이와 이끼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콘크리트의 치명적 부작용인 여름철 습기 때문이었고, 본존불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1961년 한국정부는 또다시 3년에 걸친 대규모 보수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누수를 막기 위해 기존 콘크리트 돔 뒤에 1미터 간격을 두고 다시 이중 돔이 설치되었습니다. 습한 공기와 먼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취해졌습니다. 전실 평면이 펴지고 넓어진 평면에 목조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석굴암은 결로로 인해 생기는 이끼가 끼고 풍화가 되는 순환을 겪어 왔습니다. 지난 100년간의 석굴암 복원 과정은 결로와의 전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결국 기계를 동원해서 공기를 냉각시켜 습기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7월, 8월이면 이 기계에서 제거되는 물의 양이 하루에 한 드럼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기계 장치 없이 석굴암은 천년 이상 문제없이 보존되었습니다.
석굴암 채광 구조: 반사경을 이용한 신라의 지혜
석굴암 주변에는 일제 보수공사 후 남은 석편들이 있습니다. 그중 특이한 모양의 석편이 두 개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석굴암에 창이 있었다는 주장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안쪽이 곡면으로 다듬어졌고 삼각형 구멍이 파여 있었습니다. 구멍은 창살을 끼던 자리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석편의 크기가 작아 조각들을 이어 붙여야 했습니다.
신라역사과학관에서 발견된 석편을 근거로 창을 설치한 모형을 만들어 조명 효과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창이 있었다고 해도 본존불에 대한 조명 효과는 충분치 않았을 것입니다. 석굴암의 구조상 감잡이돌이라고 불리는 긴 돌들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고 그 주위를 돌과 흙이 감싸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라면 창이 있었다고 해도 외부로 노출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창이 있었다고 해도 깊은 터널 끝에 위치해 있을 것이고, 이런 형태의 창이라면 채광 효과는 지극히 미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진달 교수는 석굴암 조명 방법을 연구하던 중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대당서역기에 한 대목이 그것입니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을 보고자 할 때에 대당서역 기를 쓴 당나라 승려 현장은 인도 보드가야의 대각사를 방문했을 때 거울을 가지고 가서 빛을 걸어서 불상을 비추었고, 이에 그 신령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7세기와 8세기에 당나라와 통일신라시대의 승려들은 인도로 성지 순례를 많이 갔습니다. 그 승려들이 그곳에서 석굴의 형태라든지 불상의 모습, 혹은 채광의 방법까지 배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도의 석굴 같은 경우에는 재질이 무른 사암으로 만들어지고 석굴의 깊이도 상당히 깊기 때문에 채광을 할 때 외부의 빛을 안으로 끌어들일 방법으로 거울을 가지고 바닥에 두고 채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특히 석굴암 같은 경우에는 단단한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화강암을 매끈하게 다듬어 가지고 그것을 외부의 빛을 반사시켜서 채광이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석굴암의 조명 방식은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간접 조명이었습니다. 빛을 반사시키는 돌의 위치는 본존불 광배에서 본존불의 상호를 지나는 일직선상의 전실 바닥과 만나는 지점이었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반사되는 돌을 제작해 보았습니다. 먼저 쇠 쐐기를 박아 돌을 쪼갠 후 돌의 내면을 거칠게 다듬습니다. 그다음에 두드림 망치로 돌 표면을 두드려 다듬고, 다시 도끼 모양의 망치로 잔다듬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물을 뿌려가며 문지르는 과정인데 먼저 거친 숫돌을 사용하고 다시 고운 숫돌로 문지릅니다. 이렇게 꼬박 48시간의 수작업 끝에 비로소 돌이 완성됩니다. 모형 석굴암의 입구에 돌을 설치한 뒤 일출 방향에서 약 1700럭스 밝기의 조명을 비췄습니다. 맑은 날 태양빛의 3분의 1 정도 되는 밝기입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본존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반사되어 비친 은은한 빛은 본존불의 신비를 더해주었습니다.
석굴암은 동쪽 일출 방향, 정확하게 말하면 동짓날 일출 방향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목조건물이 없이 열린 구조로 되어 있었다면 전실까지는 정말 빛이 잘 들어왔을 것입니다. 해 뜨는 쪽을 향해 정좌한 본존불은 이와 같이 첫 태양빛을 받아들였습니다. 원형 석굴암 채광 방식의 비밀은 바닥에 깔린 화강석에 있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송태호 교수는 얼마 전 석굴암의 제습 메커니즘을 밝힌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석굴암은 어떻게 천년 동안 결로가 없이 온전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석굴암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0년 동안 결로로 인해 생기는 이끼와 풍화의 순환을 겪어왔습니다.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어서 최후의 방법으로 기계 제습 장치를 동원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기계 장치 없이 석굴암은 천년 이상 문제없이 보존되었습니다. 석굴암의 원형을 제대로 알면 그 안에서 기능하는 제습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TE-EbUREJ9M